헤매는 만큼 내 땅이 된다
2022. 08. 28. 물맨두.
나는 헤매는 교사이다. 어떻게 하면 혐오와 폭력 없는, 평등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 여전히 헤매고 있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은 새로운 시도와 성공, 그리고 실패의 연속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헤매다 만난 것이 바로 아웃박스이다. 여기서 만난 한명 한명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한 차시의 수업을 두고도 몇 시간씩 고민하는 과정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있는 상태에서 든든한 지지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서론이 길어졌으니 앞에서 말한 새로운 시도 중 하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새로운 시도는 바로 ‘욕 수업’이었다. 모레면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는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말끝마다 덧붙이는 혐오와 욕설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었다. 수업 전에 가슴이 너무너무 떨렸다. 먼저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우리 반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을 칠판에 꽉 채워 적었다. 평소에는 잘 말하던 아이들이 막상 발표시키고 칠판에 적으니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워했다. 욕의 어원을 하나씩 짚어가며 세세히 알려주었더니 엄청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대부분의 욕설은 여성, 장애인 비하, 패드립(부모 욕), 그리고 성과 관련된 혐오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성과 관련된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아이들이 당황해했다. 성교육시간 같다는 대답도 나왔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변해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민망하다는 듯이 웃거나 용어를 내뱉는 데에 있어서 교사가 망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욕을 덮어놓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툭 까놓고 다 같이 진지하게 어원을 추측해보고, 서로가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했더니, 어머나, 우리 반 아이들 맞나? 단 한 명도 수업에서 딴짓하는 학생 없이 엄청 진지한 얼굴로 토론했다. 심지어 내가 공부해오지 못한 욕의 어원을 알고 있는 알려주기도 하였다.
수업 정리로 소감을 붙임쪽지에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익명으로 소감을 공유하고, 자기 것을 붙이면서 다른 친구들이 쓴 글도 함께 읽어보았다. 소감 한 자 한 자가 정말이지 폭풍 감동이었다. 욕에 대해 공부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던지 하루 돌아보기 글쓰기에서도 모두 욕 수업을 언급해주었다.


수업을 끝내고 나니 정말 10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욕하지 말라고 혼을 내는 것보다 이런 수업 한 방이 더 나을 때도 있구나. 너무 뿌듯했다. 비록 한 번에 고쳐지지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고 경각심을 가진거면 바랄 게 없었다. 이 세상엔 뱉어내는 욕을 대신해 채울 멋진 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주길.
지금도 열심히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아웃박스 수업을 시도하기도 하는 ‘열심히 헤매는’ 교사이다. 그러는 과정 중에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실패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이 말을 지금도 나와 같이 헤매는 모든 교사에게 전하고 싶다. 열심히 헤매는 만큼 내 땅이 된다는 것을...!
헤매는 만큼 내 땅이 된다
2022. 08. 28. 물맨두.
나는 헤매는 교사이다. 어떻게 하면 혐오와 폭력 없는, 평등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 여전히 헤매고 있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은 새로운 시도와 성공, 그리고 실패의 연속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헤매다 만난 것이 바로 아웃박스이다. 여기서 만난 한명 한명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한 차시의 수업을 두고도 몇 시간씩 고민하는 과정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있는 상태에서 든든한 지지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서론이 길어졌으니 앞에서 말한 새로운 시도 중 하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새로운 시도는 바로 ‘욕 수업’이었다. 모레면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는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말끝마다 덧붙이는 혐오와 욕설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었다. 수업 전에 가슴이 너무너무 떨렸다. 먼저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우리 반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을 칠판에 꽉 채워 적었다. 평소에는 잘 말하던 아이들이 막상 발표시키고 칠판에 적으니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워했다. 욕의 어원을 하나씩 짚어가며 세세히 알려주었더니 엄청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대부분의 욕설은 여성, 장애인 비하, 패드립(부모 욕), 그리고 성과 관련된 혐오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성과 관련된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아이들이 당황해했다. 성교육시간 같다는 대답도 나왔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변해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민망하다는 듯이 웃거나 용어를 내뱉는 데에 있어서 교사가 망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욕을 덮어놓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툭 까놓고 다 같이 진지하게 어원을 추측해보고, 서로가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했더니, 어머나, 우리 반 아이들 맞나? 단 한 명도 수업에서 딴짓하는 학생 없이 엄청 진지한 얼굴로 토론했다. 심지어 내가 공부해오지 못한 욕의 어원을 알고 있는 알려주기도 하였다.
수업 정리로 소감을 붙임쪽지에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익명으로 소감을 공유하고, 자기 것을 붙이면서 다른 친구들이 쓴 글도 함께 읽어보았다. 소감 한 자 한 자가 정말이지 폭풍 감동이었다. 욕에 대해 공부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던지 하루 돌아보기 글쓰기에서도 모두 욕 수업을 언급해주었다.
수업을 끝내고 나니 정말 10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욕하지 말라고 혼을 내는 것보다 이런 수업 한 방이 더 나을 때도 있구나. 너무 뿌듯했다. 비록 한 번에 고쳐지지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고 경각심을 가진거면 바랄 게 없었다. 이 세상엔 뱉어내는 욕을 대신해 채울 멋진 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주길.
지금도 열심히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아웃박스 수업을 시도하기도 하는 ‘열심히 헤매는’ 교사이다. 그러는 과정 중에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실패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이 말을 지금도 나와 같이 헤매는 모든 교사에게 전하고 싶다. 열심히 헤매는 만큼 내 땅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