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는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2022.9.10. 쇼
지난 2021년, 부부교사인 우리 사이에 작고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보통 부부교사들은 여자 쪽이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1년에서 3년 정도 먼저 쓰고, 그 이후에 남자 쪽이 이어서 육아휴직을 1년 정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체력이 필요한 돌 이전의 육아에는 역시 아빠가 제격이지.’라는 생각에 엄마는 출산휴가가 끝난 후 바로 복직, 아빠가 이어서 1년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먼저 쓰겠다고 학교에 말했을 때 ‘막상 애 태어나면 말이 바뀔 것이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내가 출산휴가 후 복직 계획을 근무지에 공유했을 때 몸 회복에 대한 걱정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그래도 아기한텐 엄마가 있어야지.”였는데, 아마도 그 생각의 연장선에 있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어린 아기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아빠는 육아에 서투르다.’, ‘모성애는 본능이다.’와 같은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들 모두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태어나서부터 아빠와 쭉 있었던 아기는 지금 아빠와도 엄마와도 애착이 고루 잘 형성된 어린이로 자라고 있다. 주 양육자가 아빠인 시기에 나는 이유식도 잘 못 만들어서 남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곤 했다. 다른 방에서 자다가 깬 아기의 울음소리에 먼저 반응해서 달려가는 것도 항상 남편이었다. 병원에서 진찰할 때 아기를 잘 붙잡고 있는 법, 이유식에 관한 영양학적 지식 등 나는 아직도 남편에게서 배우는 육아 지식이 많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아기에게는 엄마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육아하는 아빠는 퍽 외롭다. 아기를 돌보다가 어려움을 느낄 때, 보통 엄마들이 들락거리는 맘카페를 아빠는 들어갈 수 없어 육아 정보 검색의 편의성이 조금 떨어진다. 아빠들이 이용할만한 육아 커뮤니티도 거의 없어서 함께 고민을 공유할 사람도 찾기 어렵다. 육아 관련 지식을 얻기 위해 육아서를 펼쳐도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현재까지 약 20권의 육아서를 읽었는데, 그중 주어를 ‘부모’로 쓴 육아서는 단 한 권도 없었다.). 문화센터 수업에 가면 아빠와 온 아기는 우리 아기뿐이라 함께 아기 키우는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 남편의 육아휴직을 지켜보고 나서야 나는 엄마 없이 홀로 돌 이전의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의 어려움에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복직 후 선배 교사들과 이야기하면서 학교 현장조차 육아 친화적인 환경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지금은 어떤 기관보다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곳이 초등학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출산휴가만 마치고 복직하는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초등교사가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 학부모 공개수업 등에 수업 보결 처리 후 다녀올 수 있게 된 지도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오롯이 관리자의 ‘아량’에 기대어야 했다. 그래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학교에서는 ‘육아시간’이라고 부른다.)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굳이 이 제도가 필요 없는 선생님들도 꼭 육아시간을 사용하고,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시간 맞춰 퇴근했다고 한다. 이렇게 선례를 만들어야 후배들이 마음 놓고 제도를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우리 가족의 작은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선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선례가 공유되어야 또 다른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동시에 들었다.
나는 요즘 우리가 했던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빠 먼저 휴직’을 ‘강추’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 출산휴가 끝날 때쯤 출근할 수 있는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는데, 확실히 육아보다 출근이 몸 회복에 효과적이었다.(^^;) 아빠와 아기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육아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앞서 말했듯 조금 외로울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이렇게 하는 가족이 늘어난다면 아빠들도 덜 외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 가족처럼 ‘아빠 먼저 휴직’을 실천했다면, 그 경험을 꼭 여기저기 공유해주었으면 좋겠다.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이 늘어나서 출판사들이 육아서의 주어를 ‘엄마’에서 ‘주 양육자’ 내지는 ‘보호자’로 바꾸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엄마가 쓰는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2022.9.10. 쇼
지난 2021년, 부부교사인 우리 사이에 작고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보통 부부교사들은 여자 쪽이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1년에서 3년 정도 먼저 쓰고, 그 이후에 남자 쪽이 이어서 육아휴직을 1년 정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체력이 필요한 돌 이전의 육아에는 역시 아빠가 제격이지.’라는 생각에 엄마는 출산휴가가 끝난 후 바로 복직, 아빠가 이어서 1년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먼저 쓰겠다고 학교에 말했을 때 ‘막상 애 태어나면 말이 바뀔 것이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내가 출산휴가 후 복직 계획을 근무지에 공유했을 때 몸 회복에 대한 걱정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그래도 아기한텐 엄마가 있어야지.”였는데, 아마도 그 생각의 연장선에 있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어린 아기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아빠는 육아에 서투르다.’, ‘모성애는 본능이다.’와 같은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들 모두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태어나서부터 아빠와 쭉 있었던 아기는 지금 아빠와도 엄마와도 애착이 고루 잘 형성된 어린이로 자라고 있다. 주 양육자가 아빠인 시기에 나는 이유식도 잘 못 만들어서 남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곤 했다. 다른 방에서 자다가 깬 아기의 울음소리에 먼저 반응해서 달려가는 것도 항상 남편이었다. 병원에서 진찰할 때 아기를 잘 붙잡고 있는 법, 이유식에 관한 영양학적 지식 등 나는 아직도 남편에게서 배우는 육아 지식이 많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아기에게는 엄마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육아하는 아빠는 퍽 외롭다. 아기를 돌보다가 어려움을 느낄 때, 보통 엄마들이 들락거리는 맘카페를 아빠는 들어갈 수 없어 육아 정보 검색의 편의성이 조금 떨어진다. 아빠들이 이용할만한 육아 커뮤니티도 거의 없어서 함께 고민을 공유할 사람도 찾기 어렵다. 육아 관련 지식을 얻기 위해 육아서를 펼쳐도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현재까지 약 20권의 육아서를 읽었는데, 그중 주어를 ‘부모’로 쓴 육아서는 단 한 권도 없었다.). 문화센터 수업에 가면 아빠와 온 아기는 우리 아기뿐이라 함께 아기 키우는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 남편의 육아휴직을 지켜보고 나서야 나는 엄마 없이 홀로 돌 이전의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의 어려움에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복직 후 선배 교사들과 이야기하면서 학교 현장조차 육아 친화적인 환경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지금은 어떤 기관보다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곳이 초등학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출산휴가만 마치고 복직하는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초등교사가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 학부모 공개수업 등에 수업 보결 처리 후 다녀올 수 있게 된 지도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오롯이 관리자의 ‘아량’에 기대어야 했다. 그래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학교에서는 ‘육아시간’이라고 부른다.)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굳이 이 제도가 필요 없는 선생님들도 꼭 육아시간을 사용하고,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시간 맞춰 퇴근했다고 한다. 이렇게 선례를 만들어야 후배들이 마음 놓고 제도를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우리 가족의 작은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선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선례가 공유되어야 또 다른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동시에 들었다.
나는 요즘 우리가 했던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빠 먼저 휴직’을 ‘강추’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 출산휴가 끝날 때쯤 출근할 수 있는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는데, 확실히 육아보다 출근이 몸 회복에 효과적이었다.(^^;) 아빠와 아기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육아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앞서 말했듯 조금 외로울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이렇게 하는 가족이 늘어난다면 아빠들도 덜 외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 가족처럼 ‘아빠 먼저 휴직’을 실천했다면, 그 경험을 꼭 여기저기 공유해주었으면 좋겠다.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이 늘어나서 출판사들이 육아서의 주어를 ‘엄마’에서 ‘주 양육자’ 내지는 ‘보호자’로 바꾸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